포트폴리오 라이프란 무엇인가(1-2)
2025년 03월 2주차(376회)

안녕하세요. 새날입니다.

이번 주는 "포트폴리오 라이프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우리의 일과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주는 글의 분량과 내용의 깊이를 고려해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하려고 합니다. 오늘 1회차에서는 포트폴리오 라이프의 개념과 주요 특징을 소개하고, 커티스 라슨의 긱스터 경험이라는 첫 번째 사례를 다룰 것입니다. 이후 2회차에서는 또 다른 사례와 포트폴리오 라이프의 현실적인 도전과 리스크를 살펴보겠습니다.

포트폴리오 라이프의 개념과 주요 특징

먼저 ‘포트폴리오’가 무엇인지 용어의 의미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포트폴리오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하나는 개인의 성과나 결과물을 모아놓은 집합을 가리키며, 특히 취업할 때 개인의 경력, 스킬, 업무 성취 등을 보여주는 문서나 디지털 콘텐츠를 의미합니다. 다른 하나는 금융 세계에서 사용되며, 주식, 채권, 현금 등 다양한 투자 상품으로 구성된 투자자의 자산 집합을 의미합니다(출처1 참조).

포트폴리오의 이러한 의미를 세계적인 경영사상가이자 경영철학의 대가로 인정받는 찰스 핸디가 ‘포트폴리오 라이프’라는 개념으로 확장하여 이야기합니다(이하 출처2, 3, 4 참조). 그가 말하는 포트폴리오 라이프는 개인이 단일 직업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활동과 역할을 통해 자신의 삶과 경력을 구성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개념은 한 가지 직업에만 의존하는 전통적인 직업 모델을 넘어서 여러 가지 관심사와 능력을 다각적으로 발휘하며 경제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주요 특징으로는 대략 네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다양성과 다양한 역할입니다. 포트폴리오 라이프는 개인이 단일 직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한 명의 개인이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동시에 강의를 하거나, 투자 활동을 하거나, 자원 봉사자로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다양한 재능과 관심사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두 번째는 경제적 안정성과 리스크 분산입니다. 포트폴리오 라이프를 살면서 개인은 여러 수익원을 가질 수 있어 경제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한 분야에서의 불확실성이나 경제적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여러 영역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자기 계발과 학습입니다. 이 개념은 지속적인 자기 발전과 학습을 장려합니다. 포트폴리오 라이프를 살면서 개인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자신의 전문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시간과 장소의 유연성입니다. 개인은 자신의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으며, 원격 근무를 통해 자유로운 작업 환경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일-생활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포트폴리오 라이프에 대한 찰스 핸디의 주장

찰스 핸디는 전통적인 직업 모델이 현대 사회에서의 불확실성과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개인이 포트폴리오 라이프를 통해 더 큰 자유와 유연성을 경험하고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이하 출처2 참조). 그는 개인이 자신의 다양한 재능과 관심사를 최대한 발휘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경로를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이 개념은 현대 사회에서의 직업적 재정의와 진보를 의미하며,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경력과 삶을 조정하며, 개인적 만족과 경제적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철학적 접근 방식이라고 그는 밝히고 있습니다.

그가 이 포트폴리오 라이프를 제시한 것은, 과학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또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우리의 일에 있어서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런 변화를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변화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습니다. 만일 우리가 변화의 물결에 올라탄다면 흥미롭고 신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힘들고 버거울 것입니다.

일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 할 때 반드시 그대로 유지해야 할 것은 ‘노동’, 그것도 유급 노동입니다. 요즈음 회자되고 있는 기본소득제가 아주 잘 갖추어진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아침마다 우리를 침대에서 일어나게 만드는 유의미한 활동이 여전히 필요할 것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다하고 받는 대가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보람과 존재이유를 알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동이 행해지는 방법은 기술로 인해 크게 변할 것입니다. 따라서 노동이 계속되려면 노동의 형태가 달라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이제 어떤 조직도 평생 직장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조직은 점차 세 개의 잎이 전체를 이루는 클로버의 형태를 닮아갈 것입니다. 첫 번째 잎은 핵심 직원이고, 두 번째 잎은 하청업체, 마지막 세 번째 잎은 개인 전문가 혹은 프리랜서 노동자입니다. 현재 많은 업무가 두 번째와 세 번째 잎으로 빠르게 이전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비용이 덜 들기도 하거니와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조직원으로 대우할 필요도, 연금 부담도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변화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고,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핸디는 ‘포트폴리오 라이프’가 앞으로의 세대에게 최상의 대안이 될 거라고 합니다. 아니 이미 젊은 세대에게 포트폴리오 라이프는 고려할 만한 삶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의 통제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밖에서 자신의 운을 시험해보기로 결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금전적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독자적인 포트폴리오 라이프를 영위하는 삶을 가치 있게 생각합니다.

사례 1: 커티스 라슨의 긱스터 경험

이에 대한 사례 하나를 소개합니다. 일의 미래에 관한 기사를 꾸준히 쓰고 있는 새라 케슬러가 저술한 책, 『Gigged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에는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스물네 살의 커티스 라슨Curtis Larson의 이야기가 있습니다(이하 출처5 참조).

뉴욕에 사는 그는 전통적인 사무직 업무를 봅니다. 평소에 그는 2~3시간 만에 주어진 일을 완료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남은 하루 동안 뭐라도 할 일을 찾으려고 애썼습니다. 회사는 그가 퇴근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을 요구하면서도 그 시간 동안 할 일을 충분히 주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별도의 프로젝트를 제안해봤습니다. 하지만 결재 라인을 타고 올라가는 데 며칠이 걸렸고 결국에는 거부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별수 없이 점심시간 이후 5시에 퇴근할 때까지 자신의 관심사로 시간을 때웠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커티스는 괜히 시간만 낭비하게 하는 회사가 지긋지긋해서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자신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한 스타트업을 물색하던 중 긱스터Gigster를 접했습니다. 그 회사 웹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저마다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독립계약자, 사이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원격지의 능력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개발 쪽은 전문 인력이 극도로 적었습니다. 2020년 당시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필요한 컴퓨터공학 인력이 140만 명이지만 관련 학과 졸업자는 40만 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회사에서는 인턴조차 미국 노동자 평균 임금보다 많은 돈을 받습니다.

긱스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기술 기업의 니즈를 정확히 짚었기 때문입니다. 기업에서 개발자를 풀타임 직원으로 고용하려면 매우 큰 비용이 듭니다. 그런데 긱스터를 통해 프로젝트 단위로 인력을 쓰면 사옥에서 무료로 식사와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업계 표준으로 통하는 근사한 복지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없습니다.

커티스는 그런 긱스터에서 채팅으로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에서는 실무 능력과 직결된 질문만 했습니다. 긱스터는 커티스가 회사 문화와 잘 맞는지, 성장 잠재력이 있는지, 팀원들과 잘 협력할지를 따질 이유가 딱히 없었습니다. 긱스터에 합류한다면 어차피 혼자서 작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긱스터에 등록된 프로그래머들은 스타트업의 프로젝트에 투입됐고, 커티스는 그런 긱스터에 합류하는 게 종일 사무실에 앉아서 억지로 시간을 때우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긱스터에 합류하기 전에 사전조사를 했습니다. 생활비는 이미 1년 치가 저축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스프레드시트에 건강 보험료와 개인연금 납부 예정액을 입력하고 직장인에서 독립계약자로 신분이 바뀌는 순간 2배로 뛸 세금 예상액도 입력했습니다. 그리고 긱스터 웹사이트에 등록된 일감과 보수를 살펴보면서 긱스터로 먹고살려면 일을 얼마나 해야 할지 계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긱스터에서 독립계약자로 일하면서도 풀타임으로 직장에 다닐 때처럼 매달 1만 달러 정도가 손에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지긋지긋하고, 그렇다고 직접 회사를 세울 준비는 안 된 상태에서 논리적으로 봤을 때 긱스터에 합류하는 것이 그 중간 단계라고 판단됐습니다. 그리곤 곧바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이제 그는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긱스터를 통해 프리랜서로 변신한 커티스는 와이파이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카페를 여기저기 찾아다녔습니다. 가끔은 도서관에도 갔고, 공원이나 술집에서 일할 때도 있었습니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그런 곳을 돌아다니며 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프리랜서로 전업한 지 두 달이 지났을 때 커티스는 직장을 다닐 때처럼 월 1만 달러에서 1만 2,000달러를 벌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낮에 헬스장에 다녀오고, 점심시간에 여자친구를 만나고, 휴가도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9시부터 5시까지 직장에 매여 있을 때는 데이터마이닝 업무를 제외한 모든 것이 못마땅했습니다. 사내 정치가 만연했고, 답답한 위계질서 때문에 의견 하나 개진하려 해도 수많은 사람을 거쳐야 했으며, 승진을 하거나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면 회사 안에서 소위 ‘영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긱스터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습니다. 프로젝트를 맡아서 잘 끝내기만 하면 등급이 올랐습니다. 긱스터에서는 이것을 ‘카르마’ 점수라고 불렀는데 성공적으로 완수한 프로젝트가 늘어날수록 점수도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점수가 높아지면 긱스터 알고리즘의 ‘신뢰’를 받아 더욱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종래의 직업과 달리, 일만 잘하면 그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착착 승진이 되는 셈이었습니다.

커티스에게는 긱스터의 시스템이 잘 맞았습니다. 그 덕분에 생계를 유지하기에 부족함 없이 일을 맡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점점 더 흥미로운 일을 맡게 됐습니다. 작업을 완료하는 과정에서 종종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런 삶에도 단점이 없진 않았습니다. 그는 딱 일한 만큼만 돈을 받았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근무시간에 게임 사이트에 들어가 좀 놀더라도 월급을 똑같이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었습니다. 3월에는 어느 재판의 배심원으로 선정돼 법정에 의무적으로 출석하느라 일주일 치 벌이를 날렸습니다. 미국 노동자 중 60퍼센트 이상이, 그리고 미국의 전문직과 관리직 중에서는 81퍼센트가 배심원으로 법정에 출석하느라 일을 못 해도 임금을 받습니다. 독립계약자인 커티스는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단점은 그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다만 다음 달에 일을 좀더 많이 하긴 해야 했습니다. 공짜 간식과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이 없어졌다는 점은 자유를 얻고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비하면 별것 아니었습니다.

그는 긱스터에서 열심히 일해 소규모 프리랜서 사업을 궤도에 올렸고, 그 결과 긱스터에서 프로그래밍 작업을 꾸준히 배정받았습니다. 그래서 예전과 같은 수준의 소득을 유지함은 물론이고 애초에 그가 바라던 “마음 내키는 대로 휴가를 쓸 수 있는” 유연한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크리스티 밀런드의 사례를 통해, 포트폴리오 라이프의 또 다른 측면과 긱 경제에서의 도전과 위험성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포트폴리오 라이프가 모두에게 이상적인 것은 아니며,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음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 출처 〉

O 출처1: 포트폴리오 뜻
O 출처2: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찰스 핸디 지음, 강주헌 옮김, 인플루엔셜 출판, 2022.01.20 출판, 320 쪽,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 교보문고
O 출처3: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 찰스 핸디 지음, 강혜정 옮김, 에이지21 출판, 2008.03.21 출판, 359 쪽, 포트폴리오 인생 – 교보문고
O 출처4: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지음, 이종인 옮김, 모멘텀 출판, 2016.08.12 출간, 359 쪽, 코끼리와 벼룩 – 교보문고
O 출처5: 『Gigged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새라 케슬러 지음, 김고명 옮김, 더퀘스트 출판, 2019.03.25 출간, 352 쪽,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 교보문고
O 출처6: 『긱 워커로 사는 법』, 토머스 오퐁 지음, 윤혜리 옮김, 미래의창 출판, 2019.05.10 출간, 271 쪽, 긱 워커로 사는 법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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