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라이프란 무엇인가(2-2)
2025년 03월 3주차(377회)
안녕하세요. 새날입니다.
지난 회차에서는 포트폴리오 라이프의 개념과 주요 특징, 그리고 커티스 라슨의 긱스터 경험을 통해 긱 경제에서의 성공적인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2회차에서는 또 다른 사례인 크리스티 밀런드의 이야기를 다루며, 포트폴리오 라이프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리스크를 조명해 보려고 합니다. 포트폴리오 라이프가 모두에게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여러 도전과 고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2: 크리스티 밀런드의 메커니컬터크 경험
물론 포트폴리오 라이프가 커티스와 같이 모두 성공적이고 이상적인 모습은 아닙니다. 희소성이 높은 전문직의 경우 커티스와 같이 유리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지만, 수요 보다 공급이 많은 직종이나 일에 있어서는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노동 환경이 굉장히 열악한 조건에서 근근이 먹고 살아야 하는 형편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메커니컬터크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잘께 쪼개어진 과제를 받아 일하는 캐나다의 크리스티 밀런드Kristy Milland의 경우가 그렇습니다(이하 출처5 참조).
메커니컬터크는 아마존이 2005년에 설립한 온라인 크라우드소싱 중개소입니다. 이 곳에서는 의뢰인들이 일감을 올리면 불특정 다수의 노동자가 그중에서 원하는 일을 합니다. 여기에 올라오는 일은 대체로 단순하고 보수가 건당 몇 센트밖에 안 됩니다. 예를 들면 이미지에 태그를 붙이는 일, 스프레드시트에 연락처를 입력하는 일, 웹사이트용 상품 소개문을 작성하는 일 등이 올라옵니다. 메커니컬터크에서 이런 자잘한 일을 받는 노동자를 ‘크라우드crowd 노동자’로 부릅니다.
크리스티가 초반에 메커니컬터크에서 했던 일 중에 컴퓨터에서 수천 장의 옷과 신발 사진에 색깔 라벨을 붙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파란색 신발 사진이 나오면 ‘파란색’이라고 쓰인 라벨을, 회색 스웨터 사진이 나오면 ‘회색’이라고 쓰인 라벨을 클릭했습니다. 당시 아마존은 이렇게 메커니컬터크를 이용해 각 색상에 대한 예시를 수천 개씩 확보함으로써 자사 알고리듬이 ‘파란색’과 ‘회색’에 대한 검색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학습시켰습니다. 이런 식으로 기술을 향상시키는 게 아마존이 메커니컬터크를 만든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크리스티는 좋은 일감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일감이 신규 등록되면 자동으로 보수와 자격 요건을 확인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만약 보수가 0.05달러이고 그녀가 요건을 충족하는 일이 올라오면 컴퓨터가 ‘띵’ 하는 소리로 알려줬습니다. 보수가 0.05~0.25달러이고 그녀가 요건을 충족하는 일이 올라오면 좀더 요란한 ‘띵띵띵’ 소리가 났습니다. 보수가 0.25달러 이상이면 아예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크리스티는 집 안 어디에 있든지 간에 신호음이 울리면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메커니컬터크에서는 수천 명의 노동자가 고임금 작업을 따내기 위해 경쟁 중이었고 누구든 먼저 지원하는 사람이 임자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배정되어 대기 중인 작업 건수를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항상 최대치인 25개로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채가기 전에 최대한 많은 작업을 완수하려고 미친 듯이 일했습니다.
크리스티는 좋은 일감을 놓칠까 두려워 집 밖에 나가는 것은 고사하고 컴퓨터 앞을 떠나는 것조차 꺼렸습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청소 회사 직원과 달리 그녀는 쉬는 시간에 보수를 받지 않았기에 돈을 더 많이 벌려면 더 영리하고 빠르게 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무슨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시종일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시합에 임하는 것 같은 심리가 또 그녀를 열심히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매일 100달러라는 목표를 세우고 한 푼 한 푼 모아 목표를 달성해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크리스티는 심적으로 고통스러운 일’도 본의 아니게 맡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작업물을 열었더니 이슬람국가 동영상의 캡처본을 모아놓은 슬라이드쇼가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폭발물에 연결된 선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고, 고리버들 바구니에는 사람의 머리가 잔뜩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작업 내용에 대한 설명은 일반적인 사진에 태그를 붙이는 작업과 비슷하게 작성되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슬라이드쇼에서는 적나라한 동물 학대 사진이 나왔는데, 크리스티는 그 후로 몇 년 동안 반려견을 동물병원에 데려갈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고생했습니다.
육체적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크리스티는 손목에 딱딱한 혹이 생겼는데 조그마해서 대수롭잖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커지더니 급기야는 구슬만 하게 자라서 마우스를 잡을 때마다 신경이 쓰이고 아팠습니다. 참다 참다 병원에 갔더니 결정종이라고 했습니다. 의사는 수술을 권했지만 그럴 경우에 수술 후 처방약 비용은 캐나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지 않았습니다. 일명 ‘성경 물혹’으로 불리는 이 증상의 민간요법 중 하나는 성경책처럼 두꺼운 책으로 가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한번 세게 후려쳤습니다. 결국 통증이 사라지긴 했지만 손목에서 팔꿈치 쪽으로 새로운 통증이 생겼습니다. 신경과에 갔더니 손목굴에 반복 사용 긴장성 손상 증후군이 왔다고 했습니다. 그에 따른 재해보상이나 유급병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건강보험 또한 가입돼 있지 않습니다. 제일 좋은 치료법은 안정을 취하는 것이었지만, 경제적인 형편 상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크리스티는 손목과 팔꿈치에 보호대를 차고 계속 마우스를 클릭해야 했습니다.
두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
앞서의 두 사례처럼 같은 포트폴리오 라이프라도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은 극명하게 갈릴 수 있습니다. 물론 두 사례가 모든 것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커티스 라슨처럼 잘 준비되고 일처리와 경력관리가 철저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아무리 일의 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철저히 잘 대응한다면 엄청난 수입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지나치게 곤궁할 정도는 아닐 것입니다. 크리스티 밀런드도 나름의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일정 정도 이상의 수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긱 경제(gig economy)와 독립형 근로자
요즈음은 커티스 라슨과 크리스티 밀런드와 같이 일하는 경제적 환경을 ‘긱 경제gig economy’라고 합니다. ‘긱 경제’는 고용주가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단기로 계약을 맺고 일회성의 일을 맡기는 경제 방식을 뜻합니다(이하 출처6 참조). 근로자는 어딘가에 소속돼 있지 않고 필요할 때만 일을 구하는데 이 일을 ‘긱 워크gig work’, ‘긱gig’, 혹은 ‘독립형 일자리’라고 합니다. 긱 경제로 수입을 내는 사람, 즉 긱 워커gig worker 혹은 독립형 근로자는 근로 시간을 스스로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중에 긱 워크는 정규직 일자리와 달리 제시된 기간에 완성되어야 하는 일회성 업무를 의미합니다. 독립형 근로자는 완성된 결과물이나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수입을 얻습니다. 간혹 한 프로젝트가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독립형 근로자에게 정규직 근로자의 혜택이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보통 긱 워크 하나하나가 특정 달 혹은 특정 기간 수입의 원천이 됩니다. 독립형 근로자가 되면 긱 워크를 찾고, 계약하고, 업무를 완료해 제출하는 형태로 일하게 됩니다. 독립형 근로자 중에는 소득을 늘리기 위해 여러 가지 긱 워크를 동시에 맡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정규직으로 근무하며 틈틈이 긱 워크를 해 추가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독립형 근로자는 세금 납부나 의료 보험, 연금, 직무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 등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불안정하다는 특성 때문에 재정적, 정신적 위험이 따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클라이언트와 꾸준히 계약을 맺어 소득을 유지할 수 있다면 독립형 근로자가 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매우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입니다.
산업혁명 이래로 직업 세계는 계속 변화해왔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긱 경제로 인한 유연하고 독립적인 업무 수행 방식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긱 워커 뿐만이 아닙니다. 기업도 비용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긱 경제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비평가들은 긱 워커의 근무 환경이 아무리 좋더라도 고용주가 긱 워커에게서 임시직 노동자로서의 기본 권리를 빼앗지 않는지 잘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또한 긱 워커가 일은 많이 하는데 보수는 적으며, 기업이 긱 워커에게 위험을 떠넘긴다고 주장합니다. 더 나아가 긱 경제는 그저 고용주의 착취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긱 워커, 계약직 근로자, 독립형 근로자를 고용하는 많은 기업이 사회적인 논란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기술 변화에 대한 대비한 포트폴리오식 경력 관리
우리는 여러 가지 큰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경제가 작동할 것이고, 사람들의 근로 형태나 전반적인 사회의 모습도 앞으로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로 인한 발전과 더불어 오는 혼란은 피할 수 없지만, 제대로 준비한다면 누구든 변모하는 직업 세계에 발맞춰 함께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빠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 두 가지를 모두 키워야 합니다. 하드 스킬은 직무 능력, 업무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의미하며 소프트 스킬은 성격적 특성, 사회적 능력,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을 의미합니다. 잘 익혀둔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은 변화하는 세상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기존에는 ‘일’을 정해진 장소에서 고용을 보장받으며 하는 안정적인 직업으로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력이나 일을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봅니다. 즉, 한 개인이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고, 무슨 기술을 쌓아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종합한 것이 경력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맡았던 직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쌓아온 기술과 능력, 이뤄온 성과를 재구성하는 것이 포트폴리오식 경력입니다. ‘포트폴리오식 마인드’로 ‘포트폴리오식 경력’을 쌓는다면 어렵지 않게 다재다능한 인재가 될 수 있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일자리의 생태계에서 성공을 향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기술과 경험이 구체적일수록 더 가치 있는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포트폴리오에는 자신이 업계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역으로 기업들이 봤을 때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자신의 능력에 의문이 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포트폴리오가 고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기업들과 클라이언트는 더 이상 지원자에게 어느 회사에서 일했는지 물어보지 않습니다. 대신 지원자 자신의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서 어떤 일을 해왔는지 묻습니다. 이제 이력서 대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어느 분야에서 유명해지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춰 그동안의 업적을 포트폴리오로 만드는 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입니다. 포트폴리오에 사진, 영상, 업무 기록의 링크,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추천 글 등을 추가해 효율적으로 시각화함으로써 클라이언트의 눈에 띌 확률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포토폴리오 라이프의 미래
앞으로 포트폴리오 라이프는 현대 직장인들에게 다양한 소득원과 경력 개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안정성과 개인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포트폴리오 라이프를 성공적으로 시작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계획 수립, 필요한 기술과 자원의 확보, 효율적인 시간 관리, 그리고 꾸준한 네트워킹이 필수적입니다.
물론, 포트폴리오 라이프에는 경제적 불안정, 일정 관리의 어려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 여러 도전이 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익힌다면, 보다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라이프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꿈과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들에게 특히 유리합니다.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으며 자기계발과 경제적 독립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하는 직장인들에게, 포트폴리오 라이프는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공할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새로운 주제로 찾아 뵙겠습니다.
〈 출처 〉
O 출처1: 포트폴리오 뜻
O 출처2: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찰스 핸디 지음, 강주헌 옮김, 인플루엔셜 출판, 2022.01.20 출판, 320 쪽,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 교보문고
O 출처3: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 찰스 핸디 지음, 강혜정 옮김, 에이지21 출판, 2008.03.21 출판, 359 쪽, 포트폴리오 인생 – 교보문고
O 출처4: 『코끼리와 벼룩』, 찰스 핸디 지음, 이종인 옮김, 모멘텀 출판, 2016.08.12 출간, 359 쪽, 코끼리와 벼룩 – 교보문고
O 출처5: 『Gigged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새라 케슬러 지음, 김고명 옮김, 더퀘스트 출판, 2019.03.25 출간, 352 쪽,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 교보문고
O 출처6: 『긱 워커로 사는 법』, 토머스 오퐁 지음, 윤혜리 옮김, 미래의창 출판, 2019.05.10 출간, 271 쪽, 긱 워커로 사는 법 – 교보문고